<p></p><br /><br />[앵커]<br>1964년,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던 18세 소녀가 '중상해'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. <br> <br>가해 남성보다 처벌이 무거웠습니다. <br> <br>77세 할머니가 된 소녀는 법원에 재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. <br> <br>사건을 보다에서 풀어드리겠습니다. <br><br>1. 전민영 기자, 당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? <br><br>최말자 씨는 18세이던 1964년 5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물어 절단했습니다. <br><br>일면식도 없던 20대 노모 씨가 "길을 알려달라"고 유인한 뒤 최 씨를 넘어뜨리고 범행을 시도한 겁니다. <br> <br>긴박한 순간, 최 씨는 안간힘을 썼습니다.<br><br>[최말자 / 사건 당사자] <br>"숨도 못 쉬고 넘어지면서 충격을 받으니까 정신을 잃어버렸죠. 눈 뜨고 보니까 아무도 없고 일어나려고 하니까 입에서 이상한 느낌을 느끼고 그 자리에다가 뱉고 일어났는데 혀가 잘렸던 거였죠."<br> <br>최씨는 '정당방위'라고 주장했지만, 검찰은 '남성에게 중상해를 입혔다'며 오히려 최 씨를 기소했습니다. <br><br>최 씨는 6개월 정도 구속돼 있다가 겨우 풀려났는데, 법원은 이듬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. <br><br>2. 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았나요?<br> <br>가해자는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. <br> <br>주거침입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요. <br><br>당시 가해자가 여성의 집까지 찾아가"평생 불구로 살게 됐다"며 "나랑 결혼할 거 아니면 돈 내놔라"며 억지를 부렸다고 합니다. <br> <br>결국 최 씨 아버지가 논을 팔아서 노 씨에게 합의금까지 건넸다고 합니다. <br><br>3. 여성이 남성보다 처벌을 더 많이 받았네요? 이유가 뭔가요?<br> <br>당시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했습니다. <br><br>판결문은 "최 씨가 남성을 따라가는 등 성폭행 충동을 일으키는 데 어느 정도 보탬이 되었다"고 했습니다. <br><br>"혀를 끊어버림으로써 일생 말 못 하는 불구의 몸이 되게 하는 것은 정당한 방위의 정도를 지나쳤다"고도 했습니다.<br><br>그 당시 언론들도 혀 자른 키스 사건, 키스 참사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다룬 기사를 썼고요. <br> <br>'혀 끊긴 것도 인연인데 결혼시키자'는 보도도 있었습니다. <br><br>4.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데요. 최 씨가 재심을 청구했다고요?<br> <br>재판이 잘못됐다는 거죠. <br> <br>가해자는 사건 4개월 후에 1등급 받아서 군대도 가고 베트남 파병도 갔다고 합니다. <br><br>중상해가 아니라는 거죠. <br><br>경찰 수사 단계에선 "결혼하라"는 2차 가해가 있었고, "검찰이 자백하지 않으면 평생 감옥에서 살게 될 것"이라며 진술을 강요했다는 게 최 씨의 주장입니다.<br><br>[최말자 / 사건 당사자] <br>"욕은 다 하고, 나를 잡아 죽일 듯이 앞에 앉혀놓고 바른말 하라 이거야. 악몽에서 지금도 헤어나질 못 해. 너무 분하고 너무 억울하고…" <br><br>5. 재심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?<br> <br>1심과 2심 모두 재심을 기각했습니다. <br><br>"위법한 수사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"며 "반세기 전 일이라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"고 판시했습니다.<br> <br>최 씨는 대법원 판결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. <br><br>[최말자 / 사건 당사자] <br>"기다린다는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.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. 이 사건을 바로 잡아달라는 거. 내 사건을 바로 잡으면, 또 이걸 보고 (다른 피해자들도) 용기 내서 나와서 도움을 받고…" <br><br>재심 기각 결정이 2021년 9월에 났지만 대법원 기일은 1년 8개월째 감감무소식입니다. <br> <br>피해자의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결정이 필요해보입니다. <br><br>지금까지 사건을 보다 전민영 기자였습니다.